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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관관계와 노출 — 종목 수가 늘어도 분산되지 않는 이유

알트 다섯 개를 롱으로 들면 BTC 한 자리에 다섯 번 베팅한 것입니다. 합산 노출을 자산군과 방향으로 보는 법을 다룹니다.

> 종목 수는 분산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같은 방향, 같은 자산군*에 묶인 포지션은 여러 종목으로 나뉜 것처럼 보여도 결국 한 베팅입니다.

상관계수(Correlation)는 두 자산의 수익률이 같은 방향으로 함께 움직이는 정도를 −1에서 +1 사이 한 숫자로 나타낸 값입니다. 두 수익률의 공분산을 각각의 표준편차 곱으로 나눈 것이고, +1이면 완전히 같은 방향으로, −1이면 정확히 반대로 움직이며, 0이면 한쪽의 움직임이 다른 쪽을 전혀 설명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분산 투자가 위험을 줄이는 원리는 이 숫자 안에 들어 있습니다. 상관이 낮은 자산을 함께 들면 한쪽이 빠질 때 다른 쪽이 받쳐 주면서 전체 변동성이 줄어듭니다.

대부분의 트레이더는 이 숫자를 건너뛰고 종목 수만 셉니다. 알트 다섯 개를 롱으로 들고 있으면 한 종목에 전부 담은 것보다 다섯 배 분산되어 있다고 느낍니다. 자산이 다섯 개니 위험도 다섯 갈래로 나뉘었다는 직관입니다. 그러나 그 다섯 개가 모두 BTC를 따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다섯 갈래로 나뉜 것은 이름뿐이고 베팅은 하나입니다.

이 글이 말하려는 핵심은 여기 있습니다. 같은 방향, 같은 자산군에 묶인 포지션은 분산처럼 보이지만 한 베팅을 여러 번 한 것입니다. 알트는 BTC와 상관이 높아서 알트 다섯 개 롱은 사실상 BTC에 다섯 배로 베팅한 것에 가깝고, 위기 구간에서는 상관이 1에 가깝게 수렴해 분산이 가장 필요한 순간에 분산이 사라집니다. 합산 노출은 자산군과 방향으로 묶어서 봐야 하는데, 이 글에서는 그 방법을 다룹니다.

알트 다섯 종목 롱이 모두 BTC를 따라 움직여 결국 한 베팅으로 수렴하는 구조

알트 다섯 개 롱은 결국 BTC에 다섯 번 건 것입니다

상관이 높은 자산을 여러 개 들면 유효 포지션 수가 1에 가까워집니다. 이것은 느낌으로 하는 말이 아닙니다. 변동성 계산에서 그대로 나오는 결과입니다. 동일 비중으로 N개 자산을 들고 각 쌍의 평균 상관이 ρ일 때, 실제로 독립적인 베팅의 수는 종목 수 N을 1 + (N−1)ρ 로 나눈 값입니다. 평균 상관이 0이면 다섯 개가 제대로 다섯 개 몫을 하지만, 평균 상관이 0.7이면 다섯 개를 들어도 독립적인 베팅은 1.32개밖에 안 되고, 0.8이면 1.19개까지 떨어집니다.

실제 데이터로 계산해 봐도 그렇습니다. 2024년 한 해 일간 로그수익률로 BTC와 주요 알트의 상관계수를 계산하면 ETH 0.798, SOL 0.746, DOGE 0.781, AVAX 0.699, ADA 0.670, BNB 0.642였습니다. ETH와 SOL 사이도 0.699로 높았습니다. 이 정도면 알트 다섯 개를 동일 비중으로 묶었을 때 평균 상관이 0.7 안팎이고, 독립적인 베팅은 1.3개 수준입니다. 다섯 종목으로 분산했다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BTC 방향에 조금 더 키워서 건 것과 같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자본을 다섯 갈래로 쪼갰다고 위험까지 다섯 갈래로 쪼개지는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위험을 결정하는 것은 자본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정도입니다. 자본을 몇 갈래로 쪼갰는지는 위험과 직접 관계가 없습니다. BTC가 하루 5% 빠지는 날, 상관 0.7~0.8의 알트 다섯 개는 거의 예외 없이 같이 빠집니다. 다섯 종목의 손실이 서로를 상쇄해 주기를 기대했다면, 그 기대는 처음부터 성립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종목 다섯 개로 채운 계좌는 분산된 것처럼 보이지만, 노출 기준으로 보면 BTC 롱 하나입니다.

위기 구간에서는 상관이 1로 수렴합니다

분산이 가장 필요한 순간은 시장이 무너질 때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에 상관계수가 1에 가깝게 올라가 분산이 사라집니다. 평상시에는 자산마다 고유의 재료와 흐름이 있어 상관이 조금씩 떨어져 있지만, 시장에 공포가 퍼지면 모든 위험 자산이 한꺼번에 팔려 나갑니다. 개별 종목의 펀더멘털을 따질 여유가 사라지고 위험을 줄이려는 청산만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2022년 5월 LUNA·UST 붕괴 구간이 이것을 그대로 보여 줍니다. 그 직전 2월부터 3월까지 비교적 잔잔하던 시기에 BTC와 ETH의 일간 수익률 상관은 0.915, BTC와 XRP는 0.650이었습니다. 그런데 5월 5일부터 6월 20일까지 붕괴가 번지는 동안 BTC와 ETH 상관은 0.930으로 올라갔고, 평상시 0.650으로 가장 낮은 축에 속하던 XRP마저 0.797까지 치솟았습니다. 평상시에 그나마 따로 움직이던 종목까지 위기에서는 BTC와 한 묶음으로 끌려 내려갔다는 뜻입니다.

하루 단위로 보면 더 선명합니다. 2022년 5월 11일 하루, BTC는 종가 기준 6.2% 빠졌는데 ETH는 11.0%, SOL은 23.9%, AVAX는 30.1%, ADA는 17.5%, DOGE는 21.0% 빠졌습니다. 방향은 전부 같고 알트는 BTC보다 더 크게 무너졌습니다. 알트 다섯 개를 롱으로 들고 있던 계좌는 그날 BTC 한 종목만 들고 있던 계좌보다 더 크게 손실을 봤습니다. 분산을 노렸는데 위기에서는 분산은커녕 손실이 증폭됐습니다. 평상시 상관만 보고 안심하면 정작 크게 손실 나는 구간을 그대로 다 맞게 됩니다.

평상시 낮던 상관이 위기 구간에서 1에 가깝게 수렴해 분산이 사라지는 변화

진짜 분산은 상관이 낮거나 음수인 자산에서만 나옵니다

분산의 효과는 상관계수가 낮을수록, 그리고 음수일수록 커집니다. 상관이 0이면 한쪽의 손실을 다른 쪽이 평균적으로 상쇄해 전체 변동성이 줄고, 상관이 −1에 가까우면 한쪽이 빠질 때 다른 쪽이 오르면서 손실을 직접 메웁니다. 분산이라고 부를 수 있는 조합은 이런 낮은 상관, 음의 상관으로 묶인 경우뿐입니다.

문제는 같은 자산군 안에서는 이런 낮은 상관을 찾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알트는 원래 BTC를 따라 움직이므로 알트끼리 아무리 종류를 늘려도 상관은 0.6~0.8대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진짜 낮은 상관은 자산군이 다를 때 나옵니다. 암호화폐와 미국 국채, 암호화폐와 금, 롱 포지션과 인버스 헤지처럼 움직이는 동력이 다른 자산을 묶어야 상관이 떨어지고 분산이 작동합니다. 같은 위험 자산군 안에서 종목만 늘리는 것은 가짜 분산이고, 다른 동력으로 움직이는 자산을 섞는 것이 진짜 분산입니다.

여기서 흔한 오해 하나를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분산은 기대 수익을 높여 주지 않습니다. 같은 기대 수익에서 변동성을 낮추는 도구입니다. 상관이 낮은 자산을 섞으면 큰 손실이 나는 날의 폭이 줄고, 그만큼 다음 베팅을 이어 갈 자본이 보존됩니다. 알트만 늘려 가짜 분산을 만든 계좌는 평상시에는 분산된 것처럼 보이다가 위기에서 변동성이 한꺼번에 커지므로, 정작 변동성을 낮춰야 할 순간에 아무 보호도 받지 못합니다.

전략 여러 개도 같은 신호면 한 베팅입니다

전략으로 분산을 시도하는 경우에도 같은 함정이 작동합니다. 추세 추종 전략 세 개를 동시에 돌리면 위험이 세 갈래로 나뉜다고 느끼지만, 세 전략이 모두 같은 추세 신호를 조금씩 다르게 바꿔 놓은 것이라면 셋은 같은 자리에서 같은 방향으로 진입하고 같은 자리에서 손절합니다. 전략 이름은 셋이지만 베팅은 하나입니다.

이것을 확인하는 방법은 전략끼리의 수익 곡선 상관을 보는 것입니다. 두 전략의 일간 손익을 수익률처럼 놓고 상관계수를 계산했을 때 0.8을 넘으면, 그 둘은 사실상 같은 신호를 두 번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20일 이동평균 돌파 전략과 채널 상단 돌파 전략은 진입 조건이 달라 보여도 추세장에서 거의 같은 봉에 진입하고, 횡보장에서 거의 같은 자리에서 휩쏘(Whipsaw)에 당합니다. 손익 곡선의 상관이 높게 나오는 이유입니다.

전략을 늘려 분산하려면 손익 곡선이 서로 다른 시기에 벌고 다른 시기에 잃는 전략을 묶어야 합니다. 추세 추종은 추세장에서 벌고 횡보장에서 잃지만, 평균 회귀 전략은 횡보장에서 벌고 추세장에서 잃습니다. 둘의 손익 상관은 낮거나 음수이고, 한쪽이 부진한 시기에 다른 쪽이 벌면서 전체 수익 곡선이 한결 안정됩니다. 같은 신호를 다르게 포장한 전략을 여러 개 돌리는 것은 분산처럼 보이지만 같은 베팅의 비중만 키우는 셈입니다.

같은 신호를 다르게 포장한 전략은 손익 곡선 상관이 높아 한 베팅이 됨

합산 노출은 자산군과 방향으로 봅니다

지금까지 본 함정은 모두 한 가지를 점검하지 않아서 생깁니다. 노출(Exposure)을 종목 단위로만 보고 자산군과 방향 단위로 합산하지 않는 것입니다. 종목 칸을 다섯 개로 채운 화면을 보면 분산된 것 같지만, 그 다섯이 전부 암호화폐 롱이면 자산군으로 보면 노출은 사실상 하나입니다. 합산 노출은 비슷하게 움직이는 자산을 한 묶음으로 합쳐서 봐야 실제 위험이 보입니다.

방법은 단순합니다. 보유 포지션을 BTC와의 상관이 높은 순서로 묶고, 각 묶음의 명목 금액을 더해 한 줄로 적습니다. 알트 다섯 개를 들고 있다면 다섯 줄로 적지 않고 암호화폐 롱 한 줄로 합산하며, 그 합이 계좌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봅니다. 알트 각각이 자본의 10%씩이라 한 종목 위험이 작아 보여도, 합산하면 암호화폐 롱에 50%를 건 것이고 이것이 진짜 노출입니다. 여기에 BTC 자체와 ETH까지 들고 있다면 노출은 더 커집니다.

방향도 같이 봐야 합니다. 한 자산군 안에서 롱과 숏을 섞으면 노출이 어느 정도 상쇄되지만, 전부 롱이면 노출이 그대로 합쳐집니다. 헤지를 의도했다 해도 BTC 롱과 ETH 숏처럼 상관 0.8짜리 두 자산으로 짜면, 둘이 같이 움직이는 부분만큼은 헤지가 되지 않고 상관이 떨어지는 만큼만 보호됩니다. 노출을 자산군과 방향으로 합산해 보면, 분산되어 있다고 느끼던 계좌가 실은 한 방향에 크게 치우쳐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종목별로 흩어진 포지션을 자산군·방향으로 합산하면 한 줄 노출로 정리됨

합산 노출 점검 체크리스트

분산되어 있다는 느낌과 실제 노출이 얼마나 어긋나 있는지는 포지션을 다음 기준으로 다시 적어 보면 곧바로 보입니다.

  • [ ] 자산군 합산: 보유 포지션을 BTC 상관 0.6 이상 묶음으로 합칩니다. 암호화폐 롱 묶음의 명목 금액 합이 계좌의 몇 퍼센트인지 한 숫자로 적습니다. 이 비중이 단일 종목에 거는 한도(예: 25%)를 넘으면 종목 수와 무관하게 한 자리에 과도하게 노출된 상태입니다.
  • [ ] 유효 포지션 수: 묶음 안 종목들의 평균 상관이 0.7 이상이면 독립적인 베팅은 1.3개 이하입니다. 종목을 5개에서 8개로 늘려도 유효 수는 1.5개를 넘지 못하므로, 분산을 늘리려면 상관이 낮은 자산군을 추가합니다. 종목 수를 늘리는 것으로는 분산이 늘지 않습니다.
  • [ ] 방향 순노출: 자산군별로 롱 명목에서 숏 명목을 뺀 순노출을 계산합니다. 한 자산군의 순노출이 계좌의 40%를 넘으면 그 방향에 베팅이 치우쳐 있는 것이고, 위기 시 동반 하락을 그대로 맞습니다.
  • [ ] 위기 상관 가정: 평상시 상관이 0.6이어도 위기 구간에서는 0.9 위로 올라간다고 보고 노출을 점검합니다. 2022년 5월 XRP가 0.650에서 0.797로 오른 사례를 기준으로, 위기에는 묶음 안 모든 종목이 함께 빠진다는 전제로 최대 손실을 추정합니다.

이 네 줄을 적으면 종목 칸이 몇 개든 실제 노출은 자산군 한두 줄로 정리됩니다.

상관은 시기마다 달라지는 숫자입니다

마지막으로 점검할 것은 상관계수 자체가 고정된 상수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한 번 0.7로 계산했다고 그 값이 계속 유지되지 않습니다. 상관은 시기마다 움직이고, 특히 평상시와 위기에서 크게 달라집니다. 앞에서 본 XRP는 잔잔한 시기 0.650이었지만 위기 구간에서 0.797로 올랐고, 다른 알트들도 위기에 0.9 위로 수렴했습니다. 평상시 상관표 하나로 분산 정도를 고정해 두면, 정작 그 표가 가장 안 맞는 순간에 그 표만 믿게 됩니다.

그래서 상관은 두 개의 숫자로 봐야 합니다. 평상시 상관과 위기 상관입니다. 평상시 상관은 최근 90일 정도의 일간 수익률로 계산하고, 위기 상관은 과거 급락 구간(2022년 5월 LUNA 붕괴, 2021년 5월 중국 규제 급락 등)의 짧은 윈도우로 따로 계산합니다. 분산이 작동하는지 판단할 때는 위기 상관을 기준으로 삼는 게 안전합니다. 평상시에는 분산이 어차피 크게 필요하지 않고, 분산이 진짜로 필요한 순간은 위기뿐이기 때문입니다.

상관과 노출을 이렇게 보면 계좌를 보는 눈이 달라집니다. 종목을 추가할 때 분산이 늘었다고 단정하기 전에, 새 종목이 기존 묶음과 얼마나 같이 움직이는지를 먼저 확인하게 됩니다. 상관이 0.7을 넘으면 그 종목은 분산을 더하지 못하고 기존 베팅의 비중을 키울 뿐이며, 상관이 0.3 아래이거나 음수일 때만 계좌에 진짜 분산을 더합니다. 종목 수를 세는 습관을 합산 노출과 위기 상관을 보는 습관으로 바꾸는 것이, 분산했다고 믿으면서 한 자리에 모든 것을 걸어 두는 함정에서 벗어나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