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tiNod 아카데미

연쇄 청산 — 청산이 청산을 부른다

급락의 상당 부분은 새 정보 때문이 아닙니다. 청산이 청산을 부르는 연쇄이고, 기계적인 강제 매도라 과도하게 흘러내린 뒤 되돌아옵니다.

청산(Liquidation)은 레버리지 포지션이 강제로 정리되는 것입니다. 레버리지로 들어간 포지션은 가격이 불리하게 움직여 증거금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거래소가 그 포지션을 시장가로 강제 청산합니다. 롱이 청산되면 시장가 매도가, 숏이 청산되면 시장가 매수가 시장에 던져집니다.

문제는 이 강제 매도가 가격을 더 밀어낸다는 데 있습니다. 롱 청산으로 시장가 매도가 쏟아지면 가격이 더 떨어지고, 그 아래에 청산 가격을 둔 다음 롱들이 또 청산됩니다. 청산이 다음 청산을 부르는 이것을 연쇄 청산(Liquidation Cascade)이라고 합니다.

급락을 본 사람들은 대개 이유를 찾습니다. 무슨 악재가 나왔는지, 누가 팔았는지를 묻습니다. 그러나 큰 급락의 상당 부분은 이미 쌓여 있던 레버리지가 한꺼번에 풀리는 기계적인 과정입니다.

기계적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강제 청산은 가격이 비싸든 싸든 따지지 않고 시장가로 던집니다. 그래서 연쇄 청산은 적정 가격을 한참 지나쳐 과도하게 흘러내리고, 그 매도가 소진되면 빠르게 되돌아옵니다.

청산이 아래 청산을 단계적으로 부르며 과도하게 흘러내린 뒤 되돌아오는 구조

청산은 강제로 시장가를 던진다

레버리지가 높을수록 청산 가격이 진입가에 가깝습니다. 10배 레버리지 롱은 가격이 약 10% 빠지면 증거금이 거의 소진되어 청산되고, 20배는 약 5%만 빠져도 청산됩니다. 그래서 고배율 포지션이 많이 쌓인 시장은 작은 하락에도 청산이 줄줄이 걸립니다.

청산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거래소가 시장가로 처리합니다. 손절과 달리 가격을 고를 수 없고, 그 순간의 호가를 그대로 받아 체결됩니다. 그래서 청산 매도는 호가를 빠르게 소진하며 가격을 급하게 끌어내립니다.

큰 포지션은 한 번에 다 청산되기도 하고, 거래소에 따라 단계적으로 일부씩 청산되기도 합니다. 어느 쪽이든 시장에 본인이 원치 않는 매도가 쏟아진다는 점은 같습니다. 거래소는 이 강제 청산이 시장을 지나치게 흔들지 않도록 보험 기금을 두지만, 연쇄 청산이 클 때는 그 완충도 부족합니다.

청산이 청산을 부른다

청산 가격은 아무 데나 흩어져 있지 않고, 사람들이 많이 진입한 가격대 아래에 무리지어 쌓입니다. 비슷한 자리에서 비슷한 배율로 들어간 롱들은 청산 가격도 비슷한 자리에 모이기 때문입니다.

가격이 그 무리의 첫 청산 가격에 닿으면 강제 매도가 나오고, 그 매도가 가격을 더 내려 다음 무리의 청산 가격에 닿습니다. 이 과정이 몇 단계 이어지면, 평소라면 며칠에 걸쳐 일어날 하락이 몇 분에서 몇 시간 만에 압축돼 일어납니다.

이 청산 무리가 어디 쌓였는지는 어느 정도 보입니다. 청산 히트맵 같은 도구는 가격대별로 청산될 레버리지가 얼마나 쌓였는지를 보여줍니다. 큰 자금은 이 무리를 노리고, 가격이 그쪽으로 끌려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직전 고점이나 저점 아래처럼 누구나 보는 자리에 청산이 가장 두껍게 모이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사람들이 몰린 진입 가격대 아래에 청산 가격이 무리지어 쌓이는 위치

연쇄 청산은 과도하게 흘러내리고 되돌아온다

2024년 8월 5일이 그 전형입니다. BTC는 전일 종가 58,161달러에서 하루 만에 49,000달러까지, 일중 16% 빠졌습니다. 며칠 분량의 하락이 하루에 압축된 움직임이었고, 그 안에서 레버리지 롱이 줄줄이 청산됐습니다.

그러나 그날 종가는 54,018달러였습니다. 49,000까지 흘러내린 가격이 같은 날 5,000달러를 되돌린 것입니다. 강제 매도가 소진되자 과도하게 빠진 가격이 곧바로 되돌아왔고, 사흘 뒤 BTC는 62,000달러를 회복했습니다.

왜 그렇게 과도하게 빠질까요. 연쇄 청산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사려는 사람이 잠깐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강제 매도는 쏟아지는데 호가창의 매수는 얇아져, 적은 매도로도 가격이 크게 밀립니다. 그러다 매도가 멈추고 싼 가격을 노린 매수가 들어오면, 비어 있던 호가가 빠르게 채워지며 가격이 튀어 오릅니다.

앞서 본 유동성 사냥과 연쇄 청산은 사실상 같은 현상입니다. 청산 무리가 쌓인 자리가 곧 유동성이 두꺼운 자리이고, 연쇄 청산은 그 유동성을 한 번에 쓸어 가는 거대한 유동성 사냥입니다. 그래서 깊은 꼬리를 남기고 되돌아오는 모양이 같습니다.

연료는 미리 쌓인다

연쇄 청산은 갑자기 생기지 않습니다. 그 전에 레버리지가 한쪽으로 쌓여 있어야 합니다. 펀딩이 높고 미결제약정(OI)이 늘어난 상태가 바로 그 연료입니다. 앞 글에서 본 극단적 펀딩이 청산의 연료라는 말이 여기서 그대로 이어집니다.

8월 5일 직후 펀딩은 마이너스로 돌아섰습니다. 롱이 청산으로 쓸려 나가고, 이번엔 숏이 바닥에서 몰렸다는 신호였습니다. 그 반대쪽으로 편중된 포지션이 다시 연료가 되어, 작은 반등에도 숏이 청산되며 빠른 회복을 만들었습니다. 연쇄 청산은 한쪽에 편중된 포지션을 비우고 반대쪽을 채우며 가격을 양쪽으로 크게 흔듭니다.

한 코인의 청산이 시장 전체를 끌어내린다

청산은 한 코인 안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BTC가 연쇄 청산으로 급락하면 BTC 롱뿐 아니라 알트코인 롱도 함께 청산됩니다. 알트는 대부분 BTC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데다 레버리지가 더 높게 쌓여 있어, BTC보다 더 크게 무너집니다.

8월 5일에도 BTC가 일중 16% 빠지는 동안 ETH는 22% 빠졌고, 다른 알트는 그보다 더 빠졌습니다. 여러 자산에 나눠 담았다고 안심한 계좌도 연쇄 청산이 오면 모든 포지션이 같은 방향으로 동시에 청산됩니다. 앞서 포지션 사이징 글에서 본 상관 문제가, 청산 앞에서는 분산이 생각보다 약하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BTC 연쇄 청산이 상관성 높은 알트로 번져 시장 전체를 끌어내리는 과정

연쇄 청산에서 어떻게 행동하는가

연쇄 청산 한가운데서 떨어지는 가격을 받으면 안 됩니다. 청산이 얼마나 더 이어질지는 그 순간에 알 수 없고, 49,000에서 받았는데 더 빠질 수도 있습니다. 강제 매도가 소진되고 가격이 종가로 되돌아오는 것을 확인한 뒤에 진입합니다.

유동성 사냥의 진입과 같은 방식입니다. 깊은 꼬리를 만든 뒤 그 꼬리 위로 종가를 회복하는 봉에서 진입하고, 손절은 꼬리 끝 아래에 둡니다. 큰 흐름이 상승일 때 나오는 하락 연쇄 청산이 가장 좋은 매수 기회입니다.

큰 흐름이 하락일 때의 연쇄 청산은 다릅니다. 그때의 급락은 하락 추세의 일부일 수 있어, 되돌림이 짧게 끝나고 다시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쇄 청산 매수는 큰 흐름이 위일 때만 노리고, 아래일 때는 받지 않습니다.

연쇄 청산을 피하는 법

연쇄 청산의 표적이 되지 않는 방법은 단순합니다. 레버리지를 낮춰 청산 가격을 멀리 두는 것입니다. 3배나 5배 같은 낮은 배율은 청산 가격이 진입가에서 멀어, 한 번의 연쇄 청산으로 쓸려 나가지 않습니다.

손절도 군중과 다른 자리에 둡니다. 모두가 비슷한 자리에 청산 가격을 두면 그 자리가 연쇄 청산의 표적이 됩니다. 직접 건 손절을 그 무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두면, 청산이 쓸고 가는 자리에서 한발 비켜설 수 있습니다. 펀딩이 극단인 구간에서는 한 번에 거는 크기 자체를 줄이는 것도 같은 방어입니다.

레버리지를 쓰지 않는 현물 보유자는 애초에 청산당하지 않습니다. 연쇄 청산이 만든 깊은 꼬리는, 레버리지 없이 기다린 사람에게는 오히려 싸게 살 기회가 됩니다.

연쇄 청산 되돌림에서 진입한다

  • [ ] 진입 조건: 주봉이 상승 추세입니다. 일봉이나 단기봉에서 급락 연쇄 청산으로 직전 지지 아래에 깊은 꼬리가 생기고, 같은 봉이나 다음 봉이 그 꼬리 위로 종가를 회복합니다.
  • [ ] 진입: 회복을 확인한 봉의 종가에 매수합니다.
  • [ ] 손절: 연쇄 청산이 만든 꼬리 끝 아래에 둡니다.
  • [ ] 무효화: 가격이 그 꼬리 끝을 종가로 이탈하면 진짜 이탈로 보고 청산합니다.
상승 추세 속 하락 연쇄 청산에서 꼬리 회복을 확인하고 매수하는 진입 자리

연쇄 청산은 시장에서 가장 빠르고 무서운 움직임이지만, 그 안에 정보는 거의 없습니다. 쌓인 레버리지가 기계적으로 풀리는 과정일 뿐입니다. 그 기계적인 성격을 이해하면, 연쇄 청산은 휩쓸려야 할 사건에서 기다릴 수 있는 기회로 바뀝니다. 휩쓸리지 않을 만큼 레버리지를 낮추고, 되돌아오는 자리를 기다리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