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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게일 — 파산 시점을 마지막 한 번의 연패에 몰아두는 베팅 진행법
마틴게일의 매끄러운 우상향 곡선은 승률을 올려 주지 않습니다. 미뤄 둔 손실을 베팅이 가장 커진 한 번의 연패 구간에 몰아둔 결과일 뿐입니다. 질 때마다 베팅을 키우는 구조가 시장의 꼬리 분포에서 어떻게 파산으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같은 진행을 이익 방향으로 뒤집은 안티마틴게일 셋업을 검증된 BTC 사례로 정리합니다.
> 마틴게일의 매끄러운 우상향 곡선은 미뤄둔 손실을 마지막 한 번에 몰아 쌓아 올린 결과입니다.
마틴게일(Martingale)은 18세기 프랑스 도박장에서 나온 베팅 진행법입니다. 동전 던지기처럼 승률 50%인 게임에서 질 때마다 베팅을 두 배로 늘리면, 단 한 번 이기는 것으로 그동안의 누적 손실과 한 단위의 이익을 한꺼번에 회수합니다. 1, 2, 4, 8로 키우다가 한 번 이기면 16을 받아 직전까지 잃은 15를 메우고 1을 남깁니다. 수학적으로 깔끔하지만, 잔고 한도와 베팅 한도가 모두 무한하다는 전제 위에서만 성립합니다.
문제는 그 전제가 시장에서 완전히 무너진다는 점입니다. 트레이더들은 이 진행법을 물타기로 옮겨 적용합니다. 산 가격에서 떨어지면 두 배로 더 사서 평단가를 끌어내리고, 작은 반등만 나와도 전체가 본전을 넘기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손실 구간이 길어질수록 베팅이 기하급수로 커지지만, 대부분의 횡보와 완만한 하락에서는 결국 반등이 와서 본전을 회수합니다. 그래서 잔고 곡선이 한동안 매끄럽게 우상향합니다.
이 글에서 짚고 싶은 것은 그 우상향 곡선이 실제로 무엇인지입니다. 마틴게일은 승률을 올려 주지 않습니다. 손실을 잘게 나눠 미뤄두었다가, 그 미뤄둔 손실을 베팅이 가장 커진 단 한 번의 연패 구간에 한꺼번에 떠안을 뿐입니다. 작은 승리가 쌓이는 동안 손실은 미뤄진 채 누적됩니다. 베팅이 가장 커진 한 번의 연패에서 그 누적분을 원금까지 합쳐 한꺼번에 잃습니다.

우상향 곡선은 손실을 한 곳에 미뤄둔 결과입니다
마틴게일은 실제로 자주 이깁니다. 베팅을 두 배씩 늘리는 한, 작은 반등 한 번만 나와도 누적 손실이 회수되기 때문입니다. 승률 자체는 90%를 넘기기도 합니다. 다만 이 90%의 승리는 한 건당 이익이 아주 작고, 베팅이 가장 커진 마지막 한 번의 패배에서 그동안의 모든 이익에 원금까지 한꺼번에 잃습니다.
원리는 단순합니다. 베팅을 두 배씩 키우면 연패가 길어질수록 회수에 필요한 다음 베팅이 다음과 같이 불어납니다.
| 연속 패배 | 누적 베팅 | 회수에 필요한 다음 베팅 |
|---|---|---|
| 3연패 | 7단위 | 8단위 |
| 4연패 | 15단위 | 16단위 |
| 5연패 | 31단위 | 32단위 |
| 6연패 | 63단위 | 64단위 |
| 7연패 | 127단위 | 128단위 |
5연패하면 누적 베팅은 31단위이고, 회수하려면 여섯 번째에 32단위를 걸어야 하는데, 잔고가 그만큼 없으면 그 자리에서 계좌가 바닥납니다. 승률이 아무리 높아도 베팅이 잔고의 한계를 먼저 넘으면 거래는 거기서 끝납니다. 여기서 1단위를 계좌의 1%로 잡으면, 5연패 뒤 여섯 번째 베팅은 계좌의 32%가 됩니다. 도박판의 단위가 곧 실거래의 포지션 비중입니다. 이 구조는 파산 확률(Risk of Ruin)에서 설명하는 핵심과 정확히 같습니다. 기대값이 0 이하인 게임에서 베팅을 키우면 파산 시점은 미뤄질 뿐, 확률 1로 다가옵니다.
2022년 11월 8일 FTX 붕괴 구간을 보면 이 손실이 어디서 터지는지 분명합니다. BTC는 그날 시가 20,591달러에서 저가 17,167달러까지 빠졌고, 다음 날 11월 9일에는 저가 15,588달러까지 추가로 무너졌습니다. 1만 9천 달러대에서 물타기를 시작해 평단가를 낮춰온 계정은 그 직전까지 본전 회복을 여러 번 경험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틀 만에 25% 가까이 빠지는 구간에서 베팅은 이미 최대로 커진 상태였고, 그 한 번의 하락에서 그동안 쌓은 작은 승리를 한꺼번에 잃었습니다. 차트에서 봐야 할 것은 평단가가 얼마나 내려왔는지입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깔린 물량이 다음 한 번을 버틸 잔고를 남겨두었는지입니다.

시장은 마틴게일이 전제한 50% 게임과 다릅니다
마틴게일은 매 시도가 독립이고 승률이 고정된 게임을 전제합니다. 동전은 직전에 몇 번 앞면이 나왔든 다음 던지기에 영향이 없습니다. 시장은 그렇지 않습니다. 가격은 추세로 연결되어 움직이고, 하락이 더 큰 하락을 부르는 청산 연쇄(Liquidations Cascade)가 이어집니다. 물타기로 베팅이 가장 커진 시점이 하필 하락이 빨라지는 시점과 겹치는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2021년 5월 19일 BTC는 하루 만에 시가 42,850달러에서 저가 30,000달러까지 약 30% 급락했습니다. 2024년 8월 5일 엔캐리 청산일에는 시가 58,161달러에서 저가 49,000달러까지 빠졌습니다. 두 사례 모두 직전 며칠간은 완만한 조정으로 보였고, 물타기 계정은 평단가를 낮추며 버티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다 하루치 봉 하나에 그동안 쌓은 모든 베팅을 한 번에 잃었습니다. 동전 게임이라면 연속 30% 하락은 거의 일어나지 않지만, 시장의 꼬리 분포에서는 정기적으로 옵니다. 마틴게일의 계산은 정규 분포(평범한 등락이 가운데 몰린 종 모양 분포)를 가정하지만, 큰 손실은 늘 그 분포 바깥의 꼬리(드물게 한 번씩 터지는 극단 구간)에서 옵니다.
판단은 여기서 갈립니다. 추세가 뚜렷한 자산에 마틴게일을 쓰면, 진입이 틀렸을 때 베팅을 키워 더 불리한 자리에 더 많이 들어가는 셈입니다. 진입 근거가 무너졌다면(시장 구조 이탈) 추가 매수를 멈추고 청산하는 것이 정상 대응입니다.
안티마틴게일은 같은 곡선을 뒤집어 큰 한 번을 이익 쪽에 둡니다
안티마틴게일(Anti-Martingale)은 진행 방향을 거꾸로 바꿉니다. 이길 때 베팅을 키우고 질 때 줄입니다. 추세가 맞아 들어가는 구간에서 포지션을 늘려 큰 한 번을 노리고, 틀린 구간에서는 베팅이 작아 손실도 잘게 끊어집니다. 잔고 곡선은 자잘한 손실 톱니가 여러 개 나다가 큰 상승 구간 하나가 전체를 끌어올리는 모양이 됩니다.
이 진행법이 통하는 이유는 시장의 꼬리 분포를 마틴게일과 정반대로 활용하기 때문입니다. 마틴게일은 꼬리에서 전부를 잃도록 베팅을 배치하고, 안티마틴게일은 꼬리에서 가장 크게 벌도록 배치합니다. 추세추종 전략이 사용하는 피라미딩(pyramiding)과 분할 진입이 안티마틴게일의 실전 형태입니다. BTC가 2024년 3월 ATH 73,777달러를 향해 길게 오르던 구간처럼 한 방향 추세가 이어질 때, 이익이 날 때마다 베팅을 키운 계정은 그 한 번의 큰 추세에서 손익의 대부분을 만듭니다.
대신 안티마틴게일은 승률이 낮습니다. 자잘한 손실이 잦고, 큰 추세가 오지 않으면 잔고가 천천히 깎입니다. 심리적으로 버티기 어려운 진행법입니다.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마틴게일 쪽으로 끌리는 까닭도 여기 있습니다. 낮은 승률을 견디는 대신 단 한 번의 파산 위험을 없앤 것이 안티마틴게일의 핵심입니다.
셋업: 마틴게일 충동을 안티마틴게일 구조로 바꾸기
물타기를 완전히 금지하기 어렵다면, 베팅 진행을 이익 방향으로 뒤집고 손실 방향의 키움을 막는 규칙으로 대체합니다. BTC 4시간봉 기준 추세추종 진입을 예로 듭니다.
- 진입: 계좌의 1%를 첫 단위로 진입합니다. 손실 시 추가 진입은 0으로 고정하고, 평단가를 낮추는 물량 추가를 규칙으로 금지합니다.
- 익절/관리: 진입가 대비 +2% 도달 시 0.5%, +4% 도달 시 추가 0.5%를 더해 피라미딩합니다. 추가 단위는 항상 직전 단위보다 작거나 같게 둡니다. 진입가 대비 +6% 도달 시 보유분의 50%를 청산하고, 나머지는 4시간봉 종가가
EMA50을 이탈할 때까지 보유합니다. - 손절: 첫 진입가 아래
ATR(14)의 1.5배 또는 직전 스윙 저점 이탈 중 가까운 쪽에 설정합니다. 전체 손실은 계좌의 1.5%로 제한합니다. - 포지션 상한: 추가 진입을 모두 채워도 총 노출은 계좌의 2%(1% + 0.5% + 0.5%)를 넘기지 않습니다. 손절 한도 1.5%는 이 2% 노출 전체에 걸리는 최대 허용 손실이며, 추가 진입은 첫 단위가 이미 이익 구간에 들어선 뒤에만 붙으므로 손절선과 충돌하지 않습니다.
- 무효화: 4시간봉 종가가
EMA50을 이탈하면 추가 진입을 즉시 멈추고 보유분만 손절선까지 관리합니다. - 연패 차단: 3연속 손절 시 당일 신규 진입을 0으로 두고, 다음 날 잔고의 1%로만 재개합니다.
이 규칙의 핵심은 추가 베팅을 이익이 났을 때만 붙이고, 손실은 추가 매수의 근거에서 완전히 빼는 것입니다. 베팅이 가장 커지는 시점이 추세가 맞아 들어가는 시점과 겹치게 만듭니다.
확인: 마틴게일 노출을 잔고 곡선에서 점검하기
마틴게일식 위험은 잔고 곡선과 포지션 크기를 함께 보면 진입 전에 알아챌 수 있습니다. 다음을 점검합니다.
- [ ] 최근 추가 매수가 가격 하락 때문에 발동되었습니까
- [ ] 현재 평균 진입 단위가 첫 진입 단위보다 큽니까
- [ ] 5연패를 가정했을 때 마지막 베팅이 잔고 한도 안에 들어옵니까
- [ ] 잔고 곡선이 손실 톱니 없이 매끄럽게 우상향만 하고 있습니까
- [ ] 단일 최대 포지션이 청산되면 최대 낙폭(Max Drawdown)이 회복 불가능한 수준입니까
가격 하락이 추가 매수를 부르고, 평균 단위가 첫 단위보다 크며, 5연패 시 마지막 베팅이 잔고를 넘긴다면 파산 확률은 사실상 1입니다. 손실 톱니가 전혀 없는 곡선은 손실을 미루고 있다는 신호이고, 한 사건이 전체를 회수할 수 있는 구조라면 진행법을 바꿔야 합니다.
승률 90%의 매끈한 곡선과 승률 40%의 톱니 곡선을 나란히 두면, 큰 하락이 한 번 터질 때 어느 쪽이 잔고를 지키는지가 갈립니다. 우상향만 하는 곡선을 두고 전략이 이기고 있다고 믿는 동안에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손실을 이익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