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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낙폭 — 전략을 계속 굴릴 수 있는지를 정하는 한계선
최대 낙폭은 지나간 손실의 기록이 아닙니다. 그 전략을 운용할 수 있는지를 정하는 자본과 심리의 한계선입니다. 회복은 비대칭이고 실전 낙폭은 대체로 더 깊습니다.
최대 낙폭(Maximum Drawdown, MDD)은 자산 곡선의 고점에서 다음 저점까지의 가장 큰 하락 폭을 백분율로 적은 값입니다. 자본이 10,000달러에서 7,000달러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온 적이 있다면, 그 구간의 낙폭은 30퍼센트입니다. 계산 자체는 고점 대비 가장 많이 빠진 지점을 찾으면 끝나는 간단한 계산입니다.
대부분의 트레이더는 이 숫자를 백테스트 결과지의 한 줄로 읽고 넘어갑니다. 수익률이 연 80퍼센트라는 줄은 오래 들여다보면서, 최대 낙폭 35퍼센트라는 줄은 이미 끝난 손실의 기록으로 보고 지나칩니다. 그러나 이 숫자는 지난 기록에 그치지 않고, 그 전략을 앞으로도 계속 굴릴 수 있는지까지 좌우합니다.
낙폭이 한계선이 되는 데는 세 가지 이유가 겹쳐 있습니다. 첫째, 낙폭에서 본전까지 돌아오는 데 필요한 수익률은 낙폭이 깊어질수록 비대칭으로 커집니다. 둘째, 낙폭이 길게 이어지면 수익률과 무관하게 트레이더가 전략을 버립니다. 셋째, 실전에서 겪는 낙폭은 대체로 백테스트가 보여 준 최대 낙폭보다 깊습니다. 이 세 가지를 차례로 풀어 보면, 수익률 옆에 참고용으로 적힌 숫자쯤으로 넘기던 최대 낙폭이 사이징과 전략 선택의 출발점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회복 수익률은 낙폭보다 항상 더 큽니다
낙폭과 회복 수익률이 같은 숫자라고 착각하면 회복에 필요한 거리를 실제보다 짧게 보게 됩니다. 20퍼센트 잃으면 20퍼센트 벌어서 돌아온다고 생각하지만, 계산은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20퍼센트를 잃으면 남은 자본은 80퍼센트이고, 이 80에서 원금 100으로 돌아가려면 25퍼센트가 필요합니다. 손실은 큰 금액을 기준으로 빠지고 회복은 줄어든 금액을 기준으로 채워야 하기 때문에, 회복에 필요한 수익률은 언제나 낙폭보다 큽니다.
이 격차는 낙폭이 깊어질수록 빠르게 벌어집니다. 30퍼센트 낙폭은 +43퍼센트, 50퍼센트 낙폭은 +100퍼센트, 80퍼센트 낙폭은 +400퍼센트가 있어야 본전입니다. 50퍼센트 지점을 넘어가면 회복 수익률이 낙폭의 두 배를 넘어서고, 그때부터는 평범한 운용으로는 돌아오기 어려운 수준이 됩니다.
BTC가 이 계산을 그대로 보여 줍니다. 2021년 11월 10일 약 69,000달러 고점에서 2022년 11월 21일 약 15,476달러 저점까지, 일봉 종가 기준 약 77.6퍼센트 하락했습니다. 이 골에서 69,000달러로 돌아가려면 약 +346퍼센트가 필요했고, 실제로 BTC가 다시 69,000달러 위에서 종가를 만든 날은 2024년 3월 11일이었습니다. 고점에서 회복까지 약 28개월, 저점에서 회복까지도 약 16개월이 걸렸습니다. 한 줄에 적힌 77퍼센트 낙폭이 실제로는 2년 넘는 회복 시간을 뜻한 셈입니다.
전략 단위에서도 같은 비대칭이 작동합니다. 연 수익률이 높아도 한 번의 50퍼센트 낙폭이 끼면, 그 뒤로는 직전 고점을 회복하는 데에만 +100퍼센트를 벌어야 하므로 복리로 불어나야 할 곡선이 한참 동안 제자리걸음을 합니다. 수익률 숫자만 보고 고른 전략이 실제로는 회복하기 어려운 구간에 갇히는 일이 여기서 생깁니다.
트레이더는 깊이보다 잠겨 있는 기간에 먼저 지칩니다
낙폭에는 깊이와 함께 또 하나의 축이 있습니다. 자산이 직전 고점 아래에 잠겨 있는 기간, 낙폭 지속 기간(Underwater Period)입니다. 깊이가 얼마나 내려갔는지를 잰다면, 지속 기간은 그 아래에 얼마나 오래 잠겨 있었는지를 봅니다. 그리고 실제로 트레이더가 전략을 버리게 만드는 것은 지속 기간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유는 심리에 있습니다. 30퍼센트 낙폭을 한 달 만에 회복하면 트레이더는 시스템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같은 30퍼센트가 열 달째 회복되지 않으면, 매일 직전 고점보다 낮은 잔고를 확인하면서 전략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의심이 쌓입니다. 백테스트가 보여 준 회복은 차트 위에서 한 번에 일어나지만, 실시간으로 그 구간을 통과하는 사람은 회복이 올지 모르는 채로 매 거래를 견뎌야 합니다. 결국 가장 흔한 실패는 회복 직전에 전략을 놓아 버리는 데 있습니다.
BTC 보유자의 행동이 이 지속 기간 압력을 보여 줍니다. 2022년 11월 15,476달러 저점은 단 며칠뿐이었지만, 직전 고점 아래에 잠긴 기간은 2년을 넘겼습니다. 많은 장기 보유자가 저점을 찍은 며칠을 견디고도, 2023년 내내 이어진 길고 지루한 횡보 구간에서 물량을 정리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회복이 오지 않을 것 같다는 피로가 가장 짙어졌을 때 물량을 던졌습니다. 매도가 몰린 자리는 가격이 가장 쌌던 바닥에서 한참 위에 있는, 지칠 대로 지친 자리였습니다.
전략을 고를 때 최대 낙폭만 보고 지속 기간을 보지 않으면 이 위험을 통째로 놓치게 됩니다. 같은 최대 낙폭 25퍼센트라도, 평균 회복에 3주가 걸리는 전략과 8개월이 걸리는 전략은 실전에서는 완전히 다른 전략입니다. 백테스트 결과지에서 최대 낙폭 옆에 가장 긴 지속 기간을 같이 확인하는 습관이 여기서 갈립니다.

백테스트의 최대 낙폭은 앞으로 겪을 낙폭의 하한선입니다
가장 큰 대가를 치르는 오해는 백테스트의 최대 낙폭을 앞으로 겪을 낙폭의 한계로 보는 것입니다. 결과지에 최대 낙폭 28퍼센트라고 적혀 있으면, 실전에서도 그 근처가 바닥이라고 가정하고 자본을 배분합니다. 실제로 그 28퍼센트는 한계가 되지 못합니다. 앞으로 겪을 낙폭의 하한선에 가깝습니다. 미래의 낙폭은 거의 언제나 과거 최대 낙폭보다 깊게 나옵니다.
원인은 표본에 있습니다. 백테스트의 최대 낙폭은 과거 데이터 안에서 가장 나빴던 한 구간일 뿐이고, 그 데이터에 없던 사건은 계산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표본 밖에서 일어나는 사건, 즉 그 기간에 없었던 규모의 충격이 한 번 오면 낙폭은 곧바로 과거 기록을 넘어섭니다. 백테스트 구간이 길고 변동성 높은 국면을 여러 번 포함했더라도, 그 안의 최대 낙폭은 지금까지 일어난 최악을 기록한 값일 뿐,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최악까지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여기에 실전에서만 생기는 추가 손실이 더해집니다. 백테스트는 슬리피지를 작게 잡거나 빼고, 수수료를 단순화하며, 모든 주문이 의도한 가격에 체결된다고 가정합니다. 변동성이 치솟아 낙폭이 깊어지는 바로 그 구간에서 슬리피지와 미체결이 가장 커지는데, 백테스트는 그 상관관계를 거의 담지 못합니다. 그래서 실전 곡선의 골은 시뮬레이션 곡선의 골보다 깊게 패입니다.
BTC 자체가 표본 밖에서 충격이 온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입니다. 2017년 고점에서 2018년 저점까지의 낙폭은 약 84퍼센트였습니다. 2017년 데이터만 보고 만든 시스템이라면 80퍼센트대 낙폭을 최악으로 잡았겠지만, 2021년에서 2022년 사이 약 77퍼센트 하락이 다시 왔습니다. 깊은 낙폭은 이 자산이 반복해서 보여 온 성질이었고, 과거 한 번의 기록을 한계로 본 사람은 두 번째 충격에 대비 없이 그대로 노출됐습니다. 실전 사이징은 백테스트 최대 낙폭에 여유를 더해, 그 1.5배에서 2배가 와도 운용을 이어 갈 수 있도록 잡아야 합니다.

운용 가능한 낙폭은 자본의 성격에 따라 달라집니다
같은 30퍼센트 낙폭이라도 어떤 자본에서는 견딜 만하고 어떤 자본에서는 운용을 접게 만듭니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그 자본이 어떤 돈인지입니다. 같은 절대 수치라도 자본의 성격에 따라 견딜 수 있는 폭이 달라집니다. 여윳돈의 30퍼센트와 다음 달 생활비가 걸린 돈의 30퍼센트는 숫자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손실입니다.
이유는 회복에 걸리는 시간에 있습니다. 자본 곡선이 직전 고점으로 돌아오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데, 운용 자금에 생계나 가까운 시점의 지출이 겹쳐 있으면 그 시간을 기다릴 수 없습니다. 회복이 오기 전에 자금을 빼야 하는 상황이 오면, 낙폭 구간에서 강제로 청산하면서 손실을 확정하게 됩니다. 이때 앞서 본 회복 비대칭이 가장 안 좋게 작용합니다. 50퍼센트 내려간 자본에서 일부를 빼 버리면 남은 자본이 +100퍼센트를 벌어도 원래 규모로 돌아오지 못합니다.
그래서 운용 가능한 낙폭 한계는 자본을 두 축으로 보고 정합니다. 전체 자산에서 이 전략에 넣은 돈의 비중이 첫째 축이고, 그 돈이 언제까지 손대지 않아도 되는 돈인지가 둘째 축입니다. 전 재산의 대부분을 한 전략에 넣고 그 돈에 1년 안의 지출이 걸려 있다면, 운용 가능한 낙폭은 20퍼센트도 넘기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전체의 일부만 넣었고 5년 이상 손대지 않을 돈이라면 50퍼센트 낙폭도 시간을 두고 회복을 기다릴 수 있습니다.
2022년 약세장에서 강제 청산이 가장 크게 번진 곳이 이 지점이었습니다. 빌린 돈이나 단기 자금으로 들어간 자리는 가격이 회복되기 전에 마진콜과 자금 회수로 청산되면서 연쇄 청산으로 번졌습니다. 같은 가격 하락을 겪어도, 자기 자본으로 들어가 회복을 기다릴 수 있었던 자리는 청산을 면했습니다. 낙폭을 견디는 능력은 전략의 통계와 무관하게 그 자본이 어떤 돈인지에 달려 있습니다.
최대 낙폭으로 거꾸로 포지션 크기를 정합니다
최대 낙폭을 한계선으로 받아들이면, 포지션 크기를 정하는 순서가 뒤집힙니다. 견딜 수 있는 낙폭을 먼저 정하고 거기서 거꾸로 크기를 계산합니다. 수익을 키우려고 크기를 먼저 정하고 위험을 나중에 확인하던 순서를 뒤집는 것입니다. 한계선이 먼저이고 베팅 크기가 그다음입니다.
방법은 두 숫자를 곱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먼저 이 전략에 들어갈 자본에서 운용 가능한 최대 낙폭을 정합니다. 다음으로 그 전략의 실전 예상 최대 낙폭을 잡되, 백테스트 값에 여유를 더해 1.5배에서 2배로 잡습니다. 운용 가능한 한계를 예상 낙폭으로 나누면, 전체 자산 중 이 전략에 배분할 비중이 나옵니다. 예상 최대 낙폭이 40퍼센트인 전략에서 전체 자산 기준으로 20퍼센트 낙폭까지만 견딘다면, 이 전략에 넣을 수 있는 비중은 50퍼센트입니다.
이 순서는 전략을 비교할 때도 기준을 바꿉니다. 연 수익률 60퍼센트에 최대 낙폭 50퍼센트인 전략과, 연 수익률 35퍼센트에 최대 낙폭 18퍼센트인 전략을 수익률로만 비교하면 앞쪽 전략이 좋아 보입니다. 그러나 운용 가능한 낙폭이 20퍼센트인 자본이라면, 앞쪽 전략은 한 번의 정상적인 낙폭에서 한계선을 넘겨 운용이 끝나고, 뒤쪽 전략만 끝까지 굴릴 수 있습니다. 끝까지 굴릴 수 없는 전략의 높은 수익률은 결과지에 적힌 숫자로만 남습니다.
- [ ] 운용 한계 설정: 이 전략에 넣을 자본을 전체 자산의 한 비중으로 떼어 내고, 그 자본에서 견딜 최대 낙폭을 20퍼센트처럼 한 숫자로 먼저 정합니다.
- [ ] 실전 낙폭 추정: 백테스트 최대 낙폭을 확인하고, 표본 밖 사건과 슬리피지를 감안해 1.5배에서 2배를 곱한 값을 실전 예상 낙폭으로 잡습니다.
- [ ] 비중 계산: 운용 한계를 실전 예상 낙폭으로 나눠 이 전략에 배분할 자산 비중을 정합니다. 예상 낙폭 40퍼센트에 한계 20퍼센트면 비중은 50퍼센트입니다.
- [ ] 회복 시간 확인: 백테스트의 가장 긴 낙폭 지속 기간을 확인하고, 그 기간 동안 자금을 손대지 않을 수 있는지 점검합니다. 1년 이상이면 생계 자금과 분리합니다.
- [ ] 무효화 기준: 실전 낙폭이 백테스트 최대 낙폭의 2배를 넘으면 전략이 데이터와 더는 맞지 않는 것으로 보고, 비중을 줄이거나 운용을 멈추고 점검합니다.

낙폭을 잘못 쓰는 세 가지 경우
낙폭 숫자를 알고도 잘못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모두 앞에서 본 원리 가운데 하나씩을 빠뜨린 결과입니다.
수익률만 보고 낙폭을 무시하는 경우. 백테스트를 연 수익률로 줄 세우고 가장 높은 전략을 고르면, 그 전략의 최대 낙폭이 자기 자본의 운용 한계를 넘는지 보지 못합니다. 높은 수익률은 대부분 큰 낙폭을 동반하고, 한계를 넘는 낙폭은 회복을 기다리기 전에 운용을 끝냅니다. 수익률과 최대 낙폭을 한 쌍으로 보고, 운용 한계 안에 드는 전략들 중에서만 수익률을 비교해야 합니다.
백테스트 최대 낙폭을 한계로 착각하는 경우. 결과지의 최대 낙폭에 딱 맞춰 자본을 끝까지 배분하면, 표본 밖 사건이 한 번 올 때 버틸 여유가 없습니다. 백테스트 값은 한계가 되지 못하는 하한선이므로, 실전 사이징은 항상 그 위에 여유를 두고 잡아야 합니다.
회복 비대칭을 놓치는 경우. 낙폭과 회복 수익률을 같은 숫자로 보면, 깊은 낙폭에서 돌아오는 거리를 실제보다 짧게 잡고 계산합니다. 50퍼센트 낙폭을 +50퍼센트로 회복한다고 보면 실제로 필요한 +100퍼센트를 놓치고, 회복 가능성을 부풀려 보다가 큰 손실을 그대로 끌고 가게 됩니다.
최대 낙폭을 지나간 손실의 기록으로 읽으면 결과지의 한 줄로 끝나지만, 전략을 계속 굴릴 수 있는지를 정하는 한계선으로 읽으면 사이징과 전략 선택의 출발점이 됩니다. 회복이 비대칭으로 커지고, 지속 기간이 심리를 시험하며, 실전 낙폭이 백테스트보다 깊다는 세 가지를 사이징 단계에서 미리 반영해 둔 트레이더만이 깊은 낙폭 구간을 지나 회복할 때까지 버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