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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 확률 — 계좌의 생존을 정하는 것은 사이징입니다
같은 승률과 손익비라도 한 번에 거는 비율이 커지면 파산 확률은 비선형으로 치솟습니다. 기대값이 양수여도 사이징이 크면 연속 손실 한 번에 회복 불가능한 낙폭으로 떨어집니다.
> 파산 확률은 승률·손익비·베팅 비율 세 가지가 함께 정합니다. *기대값이 양수여도 베팅 비율이 크면* 연속 손실 한 번에 계좌가 회복 불가능한 낙폭으로 떨어집니다.
파산 확률(Risk of Ruin)은 장기적으로 기대값이 양수인 매매 시스템이라도, 회복 불가능한 수준까지 자본이 줄어들 확률을 가리킵니다. 도박 이론에서 빌려 온 개념이고, 정의는 한 줄입니다. 같은 승률과 손익비를 무한히 반복할 때, 자본이 0 또는 미리 정한 하한선에 닿는 사건이 일어날 확률입니다. 승률·손익비·한 번에 거는 비율 이 세 가지가 함께 이 확률을 정합니다.
대중적 해석은 기대값 하나로 끝납니다. 승률과 손익비를 곱해 기대값이 양수면 "결국 돈을 번다"고 봅니다. 표준 기대값 공식은 거짓이 아닙니다. 다만 그 공식은 무한히 많은 자본과 무한히 많은 시도를 전제로 합니다. 실제 계좌는 유한하고, 0에 닿으면 그 자리에서 게임이 끝납니다. 기대값이 양수인 시스템을 들고도 파산하는 트레이더가 끊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진짜 문제는 한 번에 거는 비율에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흔한 해석을 세 갈래로 비틀어 봅니다. 첫째, 같은 엣지라도 베팅 비율에 따라 파산 확률이 비선형으로 가파르게 치솟습니다. 둘째, 승률 50%에서도 10연패는 통계적으로 드물지 않으며, 거래 횟수가 쌓이면 어느 시점에는 거의 확실하게 찾아옵니다. 셋째, 큰 낙폭은 같은 크기의 수익으로 메워지지 않습니다. -50%를 메우려면 +100%가 필요합니다. 이 세 가지가 결합하면, 결국 생존을 정하는 것은 사이징 하나입니다.

기대값이 양수여도 파산은 일어납니다
기대값이 양수라는 사실은 무한 반복의 평균을 말할 뿐, 유한한 자본이 그 평균에 도달하기 전에 0을 통과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주지 않습니다. 도박사의 파산(Gambler's Ruin) 문제가 이 구조를 정확히 보여줍니다. 매 거래에서 일정 단위를 얻거나 잃고, 자본이 0에 닿으면 게임이 끝난다고 할 때, 승률이 50%를 넘어도 시작 자본이 작으면 0에 닿을 확률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이길 확률이 한 번에 잃을 확률보다 큰 짝수 배당(Even Money) 게임을 예로 듭니다. 승률 55%, 손익비 1대 1이면 한 번 거래의 기대값은 양수입니다. 자본을 손실 단위로 환산했을 때, 파산이 일어날 확률은 잃을 확률을 이길 확률로 나눈 값을 자본 단위만큼 거듭제곱한 형태로 근사됩니다. 한 번에 자본의 2%를 거는 경우 자본은 50단위에 해당하고, 이때 파산 확률은 0.004%까지 내려갑니다. 사실상 일어나지 않는 수준입니다.
같은 승률 55%에서 베팅 비율만 바꿔 봅니다. 한 번에 10%를 걸면 자본은 10단위로 줄고, 파산 확률은 13.4%로 뛰어오릅니다. 25%를 걸면 자본은 4단위로 줄어 파산 확률은 44.8%에 이릅니다. 엣지는 그대로인데, 한 번에 거는 비율만 키웠을 뿐인데, 파산 확률이 0.004%에서 거의 절반까지 올라갔습니다. 기대값이 양수라는 사실은 이 차이를 전혀 설명하지 못합니다. 양수 기대값을 들고도 사이징 하나 때문에 파산이 거의 동전 던지기 수준으로 흔해지는 구간이 분명히 있습니다.
같은 엣지라도 베팅 비율이 파산 확률을 비선형으로 끌어올립니다
파산 확률이 베팅 비율에 비례해 완만하게 늘어난다면, 사이징은 그저 수익률과 안정성을 맞바꾸는 단순한 조절 변수일 것입니다. 실제 곡선은 그렇지 않습니다. 잃을 확률을 이길 확률로 나눈 값을 자본 단위만큼 거듭제곱하는 구조 때문에, 베팅 비율이 커질수록 파산 확률은 가속도가 붙어 치솟습니다. 작은 비율 구간에서는 거의 0에 붙어 평평하다가, 어느 지점을 지나면 급격히 위로 휘어 올라갑니다.
승률 55%, 짝수 배당에서 베팅 비율별 파산 확률을 정리하면 비선형성이 분명하게 보입니다.
- 2% 베팅: 자본 50단위, 파산 확률 약 0.004%. 사실상 0입니다.
- 5% 베팅: 자본 20단위, 파산 확률 약 1.8%. 여전히 낮습니다.
- 10% 베팅: 자본 10단위, 파산 확률 약 13.4%. 여기서 곡선이 꺾입니다.
- 20% 베팅: 자본 5단위, 파산 확률 약 36.7%.
- 25% 베팅: 자본 4단위, 파산 확률 약 44.8%. 거의 둘 중 하나입니다.
2%에서 5%로 베팅을 두 배 반 키웠을 때 파산 확률은 0.004%에서 1.8%로 늘었습니다. 그런데 10%에서 25%로 두 배 반 키우자 파산 확률은 13.4%에서 44.8%로 31%포인트 뛰었습니다. 같은 배수로 베팅을 늘렸는데 위험의 증가폭이 전혀 다릅니다. 곡선의 오른쪽으로 갈수록 한 걸음 더 키울 때 치르는 대가가 커지기 때문입니다.
엣지가 더 얇으면 곡선 전체가 더 가팔라집니다. 승률 52%로 떨어뜨리면, 5% 베팅의 파산 확률은 1.8%에서 20%로, 10% 베팅은 13.4%에서 44.9%로 올라갑니다. 엣지가 얇은 시스템일수록 사이징의 여유가 더 좁아집니다. 같은 비율을 걸어도 얇은 엣지에서는 훨씬 빨리 파산에 가까워집니다.

승률 50%여도 10연패는 드물지 않습니다
연속 손실을 과소평가하는 것이 과베팅의 가장 흔한 출발점입니다. 한 번 거래의 손실 확률만 보면 연패는 멀게 느껴지지만, 독립 거래에서 연속 손실 확률은 손실 확률을 연속 횟수만큼 거듭제곱한 값입니다. 승률 50%면 한 번 질 확률은 0.5이고, 3연패는 0.5의 세제곱인 12.5%, 5연패는 3.125%, 10연패는 0.098%입니다. 10연패 확률을 한 번의 사건으로만 보면 1,024번에 한 번이라 무시하고 싶어집니다.
문제는 매매가 한 번의 사건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거래 횟수가 쌓이면, 그 1,024분의 1짜리 연패가 어딘가에서 한 번은 일어날 확률이 빠르게 올라갑니다. 승률 50%로 100번 거래하면 5연패 이상이 한 번이라도 나올 확률은 81%, 7연패 이상은 31.8%, 10연패 이상은 4.4%입니다. 거래를 500번으로 늘리면 10연패 이상을 겪을 확률은 21.5%까지 올라갑니다. 활발히 매매하는 트레이더에게 10연패는 언젠가 마주칠 사건입니다.
승률을 55%로 높여도 안전 지대가 크게 넓어지지 않습니다. 55%에서 100번 거래하면 5연패 이상은 여전히 64.7% 확률로 찾아오고, 500번이면 10연패 이상이 8.8% 확률로 나옵니다. 승률을 5%포인트 올린 대가로 줄어든 연패 위험은 생각보다 작습니다. 사이징을 정할 때 자기 승률에서 나올 수 있는 최악의 연패를 기준으로 잡지 않으면, 통계적으로 언젠가는 올 연패 한 번에 계좌가 끝나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게 됩니다.
여기서 사이징과 연패가 직접 맞물립니다. 한 번에 자본의 25%를 거는 트레이더가 10연패를 만나면, 남는 자본은 0.75의 10제곱인 5.6%입니다. 사실상 계좌가 끝난 것입니다. 같은 10연패를 2% 베팅으로 맞으면 남는 자본은 81.7%로, 낙폭은 18.3%에서 멈춥니다. 연패가 얼마나 길어질지는 시스템이 정하지만, 그 연패가 계좌를 끝내느냐 견딜 만한 낙폭으로 막히느냐는 베팅 비율이 정합니다.

낙폭은 같은 크기 수익으로 메워지지 않습니다
회복의 비대칭이 파산 확률을 한층 더 가파르게 만듭니다. 자본이 일정 비율 줄면, 같은 비율의 수익으로는 원금에 닿지 못합니다. 줄어든 자본을 기준으로 수익률이 계산되기 때문입니다. -10% 낙폭을 메우려면 +11.1%, -20%는 +25%, -30%는 +42.9%가 필요합니다. 여기까지는 차이가 크지 않아 보입니다.
낙폭이 깊어지면 필요한 수익이 급격히 커집니다. -50% 낙폭을 메우려면 +100%, -75%는 +300%, -90%는 +900%가 필요합니다. 자본을 90% 잃은 트레이더는 남은 10%로 열 배를 만들어야 원금으로 돌아옵니다. 같은 엣지를 유지한 채로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과제입니다. 이 비대칭 때문에, 깊은 낙폭에 한 번 빠지면 시스템의 기대값이 양수여도 통계적으로 원금 회복이 점점 멀어집니다.
실제 시장 사례가 이 비대칭의 크기를 보여줍니다. BTC는 2021년 11월 10일 69,000달러에서 고점을 만든 뒤, 2022년 11월 21일 15,476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약 78% 낙폭입니다. 이 78%를 메워 전고점에 닿으려면 저점에서 약 346%의 상승이 필요했습니다. BTC는 결국 그 회복을 해냈지만, 그 사이에 걸린 시간과, 78% 낙폭을 버티지 못하고 청산되거나 손절한 자본은 그 반등을 함께 누리지 못했습니다. 자산 자체가 회복하는 것과 그 자산을 들고 있던 계좌가 회복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이 비대칭과 사이징이 결합하면 위험이 곱해집니다. 한 번에 25%를 거는 트레이더가 7연패를 맞으면 자본은 13.3%만 남고, 원금 회복에는 약 649%가 필요합니다. 같은 7연패를 5% 베팅으로 맞으면 자본은 69.8%가 남아 회복에 +43%면 충분합니다. 베팅 비율이 연패의 낙폭을 정하고, 그 낙폭이 회복 난이도를 비대칭적으로 정합니다. 사이징을 키우는 결정은 낙폭을 키우면서, 그 낙폭에서 회복할 가능성까지 함께 줄입니다.
켈리 기준은 넘지 말아야 할 상한선입니다
켈리 기준(Kelly Criterion)은 장기 자본 성장률을 최대화하는 베팅 비율을 한 값으로 줍니다. 승률 p, 손익비 b일 때 최적 비율은 p에서 잃을 확률을 손익비로 나눈 값을 뺀 형태입니다. 승률 55%, 짝수 배당이면 켈리 비율은 정확히 10%입니다. 이 비율에서 거래당 기대 로그 성장률이 최대가 됩니다. 대중적 이해는 여기서 멈추고 켈리 비율을 그대로 따르려 합니다.
켈리 비율을 그대로 쓰는 것은 장기 성장률은 최대로 끌어올리지만, 그 대가로 낙폭이 매우 크게 출렁입니다. 켈리 비율에서 거래하는 계좌는 절반 가까운 낙폭을 정상 범위로 겪습니다. 실전에서 그 낙폭을 버티기 어렵고, 승률과 손익비 추정이 조금만 빗나가도 실제 위치는 켈리를 초과한 자리로 밀려납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켈리 비율의 절반 이하, 즉 분수 켈리(Fractional Kelly)를 씁니다. 절반 켈리(5%)는 성장률을 전체 켈리의 75%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낙폭의 변동을 큰 폭으로 줄입니다.
켈리를 초과하면 성장률 자체가 무너집니다. 승률 55% 짝수 배당에서 베팅 비율을 올려 보면, 켈리 비율(10%)에서 거래당 로그 성장률은 약 0.00501로 최대입니다. 절반 켈리(5%)에서는 0.00375로, 성장률을 상당 부분 유지합니다. 그런데 켈리의 두 배(20%)에서 로그 성장률은 음수로 돌아섭니다. 정확히 켈리의 두 배 지점에서 장기 성장률이 0을 통과해 음수가 됩니다. 기대값이 여전히 양수인 시스템인데도, 베팅 비율이 켈리의 두 배를 넘으면 장기적으로 자본은 줄어듭니다. 손익비 2대 1, 승률 40%처럼 다른 조합에서도 켈리의 두 배 부근에서 성장률이 0을 지나 음수로 바뀌는 흐름은 똑같습니다.
이 결론이 사이징 결정의 기준이 됩니다. 켈리 비율은 넘지 말아야 할 상한선이고, 실전 운용은 그 절반 이하에 둡니다. 기대값이 양수라는 사실에 기대 켈리를 초과해 베팅하면, 양수 엣지를 들고도 장기 성장률이 음수가 되는 구간에 스스로 발을 들이는 셈입니다.

사이징 점검 — 거래 전에 확인하는 항목
파산 확률을 낮추는 결정은 매매를 시작하기 전에 끝나야 합니다. 진입 신호를 본 다음에 사이징을 정하면 이미 늦습니다. 다음 항목을 거래 규칙으로 고정합니다.
- [ ] 1회 위험 한도: 한 번의 거래에서 잃을 수 있는 금액을 자본의 2% 이하로 설정합니다. 손절 폭과 포지션 크기를 함께 계산해, 손절에 닿았을 때 실제 손실이 자본의 2%를 넘지 않게 맞춥니다.
- [ ] 연패 시나리오: 자기 시스템의 손실 확률에서 10연패가 일어났을 때 남는 자본을 미리 계산합니다. 2% 위험이면 10연패 후에도 자본의 81.7%가 남아 낙폭이 18.3%에서 멈춥니다. 이 낙폭을 견딜 수 있는지 진입 전에 판단합니다.
- [ ] 켈리 상한 점검: 자기 승률과 손익비로 켈리 비율을 계산하고, 실제 베팅 비율이 그 절반을 넘지 않는지 확인합니다. 승률 55%·짝수 배당이면 켈리는 10%이므로, 실제 위험은 5% 이하로 둡니다.
- [ ] 엣지 추정 오차: 승률과 손익비는 추정값이라 실제보다 좋게 잡혀 있을 수 있습니다. 추정 승률에서 3~5%포인트를 빼고 다시 켈리와 파산 확률을 계산해, 보수적으로 본 경우에도 안전한 비율인지 점검합니다.
사이징 규칙을 무효화하는 자리
위 점검은 한 가지 전제 위에서만 성립합니다. 매 거래가 서로 독립이고, 손익비와 승률이 안정적이라는 전제입니다. 이 전제가 깨지는 자리에서는 같은 사이징도 위험해집니다.
거래가 독립이 아닐 때가 첫 번째입니다. 같은 방향으로 여러 포지션을 동시에 들면, 그 포지션들은 사실상 하나의 큰 베팅입니다. BTC 롱, ETH 롱, SOL 롱에 각각 2%씩 위험을 두면 한 번에 6%를 한 방향에 건 것과 같습니다. 시장이 한꺼번에 떨어지면 세 포지션이 동시에 손절에 닿습니다. 상관관계가 높은 포지션은 위험을 합산해서 보고, 합산 위험이 단일 거래 한도를 넘지 않게 관리합니다.
손익비가 실제보다 부풀려진 경우가 두 번째입니다. 백테스트의 평균 손익비는 슬리피지와 수수료를 빼면 줄어들고, 큰 이익 몇 번이 평균을 끌어올렸다면 중앙값은 훨씬 낮습니다. 평균에 기대 켈리를 계산하면 실제보다 큰 비율이 나오고, 실제 위치는 켈리를 초과한 자리로 밀려납니다. 손익비는 평균만 보지 말고 분포까지 함께 확인합니다.
승률이 시간에 따라 변하는 경우가 세 번째입니다. 추세장에서만 작동하는 추세 추종 시스템은 횡보 국면에서 승률이 크게 떨어집니다. 추세장 승률로 계산한 사이징을 횡보 국면에 그대로 쓰면, 그 국면에서 켈리를 초과한 베팅이 됩니다. 지금 시장 상태가 자기 시스템이 작동하는 국면인지 먼저 보고, 아니라면 베팅 비율을 줄이거나 거래를 멈춥니다. 파산 확률을 정하는 것은 잘못된 사이징을 반복하는 동안 누적되는 연패의 가능성이고, 그 가능성을 통제할 수 있는 변수는 결국 한 번에 거는 비율 하나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