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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값 — 승률이 높아도 잃는 이유
승률은 기대값의 한 변수일 뿐입니다. 손익비와 곱한 기대값으로 시스템을 평가하고, 표본과 매매 횟수까지 함께 봅니다.
> 승률은 *기대값*을 이루는 한 조각일 뿐입니다. 손익비와 곱하기 전까지, 승률 90%는 그 자체로 아무것도 말해 주지 않습니다.
이 글은 리스크 관리 시리즈의 첫 편입니다. 기대값으로 매매를 평가하는 기준을 다루고, 이어지는 편에서 손절 위치와 포지션 사이징을 봅니다.
기대값은 같은 매매를 수없이 반복했을 때 한 번당 평균적으로 남는 손익입니다. 동전 던지기로 보면 쉽습니다. 이기면 1달러를 받고 지면 1달러를 잃는 게임은 길게 반복하면 본전이고, 기대값이 0입니다. 그런데 이기면 2달러를 받고 지면 1달러만 잃는다면, 승률이 같은 절반이어도 한 판마다 평균 0.5달러가 남습니다.
매매도 똑같습니다. 한 번의 매매를 수백 번 반복했을 때 한 번당 평균이 양수면 길게 봐서 돈을 벌고, 음수면 잃습니다. 그 한 번당 평균이 기대값입니다.
트레이딩에서 이 값을 처음 정리한 사람은 Van K. Tharp입니다. 그가 책 *Trade Your Way to Financial Freedom*에 쓴 정의는 한 줄입니다. 기대값은 승률에 평균 이익을 곱한 값에서, 지는 비율에 평균 손실을 곱한 값을 뺀 결과입니다. 이 한 식 안에 승률과 손익비가 같이 들어갑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 식에서 승률 하나만 봅니다. 열 번 중 여덟 번을 맞혔다는 말은 좋은 시스템처럼 들리고, 매매 인증도 대체로 승률을 내세웁니다. 그러나 승률만으로는 그 시스템이 돈을 버는지 알 수 없습니다. 평균 이익과 평균 손실의 크기를 같이 봐야 합니다.
오히려 승률이 높을수록 위험한 경우도 있습니다. 작게 자주 벌고 가끔 크게 잃는 시스템은 승률은 높아도 기대값이 0이거나 음수입니다. 정확한 숫자는 아래에서 표로 봅니다.

진입가와 손절 거리가 1R이다
기대값을 계산하려면 이익과 손실을 같은 단위로 묶어야 합니다. 그 단위가 R입니다.
R은 한 번의 매매에서 잃기로 미리 정한 금액, 곧 진입가와 손절가 사이의 거리입니다. 100달러에 사서 90달러에 손절한다면 1R은 10달러입니다. 이 매매에서 120달러에 팔면 2R 이익, 95달러에 팔면 0.5R 손실입니다.
모든 매매의 결과를 R로 적으면 자산 가격이나 계좌 크기와 상관없이 한 잣대로 비교됩니다. 100달러짜리 매매와 6만 달러짜리 매매가 둘 다 "몇 R을 벌고 잃었나"로 나란히 놓입니다. 기대값은 이렇게 모은 R들의 평균입니다.
같은 승률이 정반대 결과를 만든다
승률과 손익비를 따로 보면 둘 다 한쪽 면만 보여줍니다. 곱해서 기대값을 내야 그 시스템이 돈을 버는지 보입니다. 세 시스템을 같은 표에 놓고 보겠습니다.
| 시스템 | 승률 | 평균 이익 | 평균 손실 | 기대값 |
| :-- | :-- | :-- | :-- | :-- |
| A | 50% | 1R | 1R | 0R |
| B | 50% | 2R | 1R | +0.5R |
| C | 80% | 0.5R | 2R | 0R |
A와 B는 승률이 같은 50%인데 결과가 갈립니다. A는 본전이고, B는 한 번 거래할 때마다 평균 0.5R을 법니다. 차이는 손익비 하나입니다.
C는 승률이 80%로 가장 높지만 기대값은 0입니다. 여덟 번 이겨 0.5R씩 4R을 쌓아도, 두 번의 2R 손실이 그 4R을 그대로 가져갑니다. 여기에 수수료와 슬리피지를 더하면 기대값은 음수로 내려갑니다. 승률만 비교했다면 누구나 C를 골랐겠지만, 기대값으로 보면 C가 가장 위험한 시스템입니다.
승률이 높은 시스템이 더 위험할 때가 있다
작게 자주 벌고 가끔 크게 잃는 구조는 표의 C와 같습니다. 박스권에서 과열만 보고 거꾸로 베팅하는 매매, 추세를 거슬러 신고점마다 숏을 치는 매매가 여기에 속합니다.
2024년 2월 초 BTC는 42,500달러 부근에서 출발해 5주 만에 73,777달러까지 거의 한 방향으로 올랐습니다. 이 구간에서 신고점마다 과열을 이유로 숏을 친 매매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48,000, 52,000, 64,000 부근에서 짧은 조정이 나올 때마다 1R 안팎의 작은 이익이 났고, 승률은 높게 유지됐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가격이 조정 없이 64,000에서 73,777로 직진하는 구간에서 숏 하나가 5R, 6R 손실로 번졌고, 그 한 번이 앞선 작은 이익을 전부 가져갔습니다. 승률 인증만 보면 멀쩡한 시스템이지만, 쌓아 둔 이익은 한 번의 추세에서 무너집니다.
낮은 승률 추세추종이 살아남는 이유
BTC는 2023년 1월 16,600달러 부근에서 2024년 3월 11일 주봉 고점 73,777달러까지 약 4.5배 올랐습니다. 이 추세를 끝까지 추종한 시스템은 승률이 높지 않습니다. 추세추종은 횡보 구간에서 작은 손실을 여러 번 받아들이고, 큰 추세 한 번에서 그 손실 전체를 덮는 이익을 가져가기 때문입니다.
승률 35%, 평균 손실 1R, 평균 이익 4R인 추세추종 시스템을 보겠습니다. 이 시스템의 기대값은 0.75R입니다. 열 번 중 여섯 번 넘게 틀려도 한 번 거래할 때마다 평균 0.75R이 남습니다.
추세추종을 쓰는 사람이 연속으로 작은 손실을 받으면서도 시스템을 유지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 손실들이 큰 이익 한 번에 회수된다는 것을 기대값 계산으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승률만 봤다면 35% 시스템은 진작 버려졌을 것입니다.

기대값은 표본이 쌓여야 믿을 수 있다
기대값이 양수로 나와도, 매매 횟수가 적으면 그게 실력인지 운인지 알 수 없습니다. 20번 거래해서 나온 0.5R은 우연일 수 있고, 같은 시스템이 다음 20번에서 음수를 낼 수도 있습니다. 최소 100회 이상, 가능하면 서로 다른 시장 국면을 포함한 표본에서 같은 기대값이 유지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양수 기대값이라도 연속 손실을 피하지는 못합니다. 승률 40% 시스템은 평균적으로 다섯 번에 두 번을 맞히지만, 그 안에는 일고여덟 번을 연속으로 틀리는 구간이 정상적으로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기대값과 함께 최대 연속손실을 봐야 합니다. 기대값이 0.75R이어도 최대 연속손실이 12R이라면, 한 번에 1R씩 거는 사람도 그 구간에서 계좌의 12%를 잃습니다. 이 숫자를 모르면,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는 손실 구간에서 그 시스템을 버리게 됩니다.
새 전략을 실계좌에 올리기 전, 백테스트에서 세 가지를 확인합니다.
- [ ] 표본: 서로 다른 시장 국면을 포함해 최소 100회 이상입니다.
- [ ] 기대값: 수수료와 슬리피지를 반영한 뒤에도 양수입니다.
- [ ] 최대 연속손실: R 기준으로 확인하고, 그 손실을 견딜 수 있는지 계좌 크기로 환산합니다.
세 조건 중 하나라도 어긋나면 실계좌 적용을 보류하고 표본을 더 모읍니다.

기대값에 매매 횟수를 곱한다
같은 기대값이라도 매매 횟수가 다르면 한 해의 결과가 갈립니다. 기대값은 한 번당 평균 R이고, 여기에 일정 기간의 매매 횟수를 곱하면 그 기간의 기대 수익이 나옵니다.
기대값 0.2R인 시스템을 한 해 200번 돌리면 기대 수익은 40R이지만, 기대값 0.8R인 시스템을 한 해 10번만 돌리면 기대 수익은 8R입니다. 한 번당 기대값만 보면 후자가 네 배 좋아 보여도, 기회의 수를 곱하면 전자가 다섯 배 많습니다.
그래서 시스템은 두 축으로 봐야 합니다. 기대값이 작아도 자주 나오는 셋업은 1년 단위로 큰 수익이 되고, 기대값이 커도 드물게 나오는 셋업은 기회비용이 큽니다. 다만 횟수를 늘리면 수수료와 슬리피지도 같이 늘어납니다. 매매당 비용이 기대값을 크게 갉아먹으면, 횟수를 늘릴수록 순기대값은 오히려 줄어듭니다.
기대값을 추적하는 두 가지
첫째는 모든 매매를 R로 기록하는 거래일지입니다. 진입가, 손절가, 청산가를 적고 결과를 R로 환산하면, 수십 번이 쌓였을 때 자기 시스템의 실제 기대값이 나옵니다. 손익 금액으로만 적으면 계좌 크기가 바뀔 때마다 기준이 흔들리지만, R로 적으면 시점과 상관없이 같은 잣대로 비교됩니다.
둘째는 백테스트 통계를 기대값 관점으로 읽는 것입니다. 최적화 결과에서 총수익만 보는 것은 승률만 보는 것과 같은 함정입니다. 같은 총수익이라도 평균 손익비와 최대 연속손실이 다르면 실전에서 견디는 난이도가 전혀 달라집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 1R이 어디서 나오는지, 손절 위치를 정하는 방법을 봅니다. 손절폭이 정해져야 R이 정해지고, R이 정해져야 이 모든 계산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