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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와 소르티노 — 변동성으로 나눈 성과, 그리고 상방까지 벌하는 한계
수익률만으로 전략을 비교하면 같은 수익에 도달하는 길의 변동성 차이를 놓칩니다. 샤프 지수의 한계와 소르티노 지수가 실전에 더 가까운 이유를 정리합니다.
> 같은 수익률이라도 가는 길의 변동성이 다르면 실전에서 버틸 수 있는지가 갈립니다. 샤프 지수는 그 변동성을 재지만, 상방 급등까지 위험으로 칩니다.
샤프 지수(Sharpe Ratio)는 William Sharpe가 1966년에 정리한 단순한 비율입니다. 전략의 평균 수익에서 무위험 수익률을 뺀 값을, 수익률의 표준편차로 나눕니다. 분자는 "위험을 감수해서 얻은 초과 수익"이고, 분모는 "그 수익을 얻는 동안 수익률이 얼마나 흔들렸는가"입니다. 한 단위의 변동성당 얼마의 초과 수익을 가져왔는지를 한 숫자로 압축합니다.
대부분의 트레이더는 전략을 수익률 한 줄로 비교합니다. A 전략이 연 80%, B 전략이 연 60%면 A가 낫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이 비교가 놓치는 것이 분모입니다. A가 80%에 도달하는 동안 자산곡선이 30% 출렁였고 B는 12%만 출렁였다면, 실전에서 A를 끝까지 들고 가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중간의 낙폭에서 손을 떼기 때문입니다. 수익률이 같은 두 전략도 변동성이 다르면 완전히 다른 전략입니다.
그런데 샤프 지수 자체에도 구조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분모의 표준편차는 위로 튀는 변동과 아래로 빠지는 변동을 똑같이 위험으로 칩니다. 하루에 +10% 급등한 날도 변동성에 포함되어 점수가 깎입니다. 트레이더가 실제로 두려워하는 것은 하방뿐인데, 샤프는 이런 상방 급등까지 위험으로 취급합니다. 이 약점을 보완한 것이 하방만 분모에 넣는 소르티노 지수(Sortino Ratio)입니다.

수익률이 같아도 변동성이 다르면 다른 전략입니다
샤프 지수의 출발점은 수익을 변동성으로 나눈다는 단순한 발상입니다. 같은 초과 수익을 더 낮은 변동성으로 만든 전략이 더 높은 점수를 받습니다. 실전에서 이 분모가 중요한 까닭은 사람이 낙폭을 견디는 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변동성이 큰 자산곡선은 중간에 깊은 골을 만들고, 그 골에서 대부분의 트레이더가 청산하거나 비중을 줄입니다. 최종 수익률이 좋아도 그 곡선을 끝까지 들고 갈 수 없으면 그 수익은 실현되지 않습니다.
BTC의 실제 수치로 살펴보면, 2023년 1분기(1월 1일부터 4월 1일까지)에 BTC는 16,617달러에서 28,453달러로 약 71%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일간 수익률의 표준편차는 약 2.96%였습니다. 같은 71%라도 일간 변동성이 1%대였다면 자산곡선은 훨씬 완만했을 것이고, 같은 수익에 도달하는 동안 트레이더가 겪는 심리적 압박은 전혀 다릅니다. 수익률 한 줄만 비교하면 이 차이가 통째로 사라집니다.
분자의 무위험 수익률도 짚어둘 부분입니다. 샤프는 전체 수익에서 무위험 수익률을 먼저 뺀 초과 수익을 분자에 넣습니다. 무위험 수익률은 같은 자금을 위험 없이 굴렸을 때 받았을 수익으로, 통상 단기 국채 금리나 머니마켓 금리를 씁니다. 시기에 따라 0%에 가까울 때도 있고 연 4~5% 수준일 때도 있어 고정된 값은 없습니다. 크립토 전략의 연 수익률이 수십 퍼센트 단위라면 무위험 수익률을 0으로 두어도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지만, 비교 대상끼리는 같은 무위험 수익률을 적용해야 분자가 어긋나지 않습니다.
이 모든 계산의 출발은 같습니다. 전략을 비교할 때 첫 질문은 한 단위의 변동성당 얼마를 벌었는가입니다. 수익률 자체는 그다음 질문입니다. 연 50%를 변동성 25%로 만든 전략은 연 80%를 변동성 60%로 만든 전략을 같은 레버리지에서 더 크게 키울 수 있습니다. 변동성이 낮으면 같은 위험 예산 안에서 포지션을 더 키울 여지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수익률이 높은 전략이 항상 더 좋은 전략은 아닙니다.
샤프는 위로 튀는 변동까지 똑같이 위험으로 셉니다
샤프 지수의 분모인 표준편차는 평균에서 벗어난 모든 편차를 제곱해서 더합니다. 위로 벗어났든 아래로 벗어났든 거리만 보고 똑같이 위험으로 칩니다. 여기서 모순이 생깁니다. 트레이더가 손실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래로 빠지는 변동뿐인데, 샤프는 하루 +10% 급등한 날도 변동성에 포함시켜 점수를 깎습니다. 큰 상승이 잦은 전략일수록 분모가 커져서 샤프가 낮게 나옵니다.
이 효과는 크립토에서 특히 큽니다. BTC는 상방 급등이 하방 급락만큼, 때로는 더 크게 나오는 자산입니다. 2024년 4분기(10월 1일부터 연말까지) BTC의 일간 수익률을 보면 가장 큰 상승 하루가 +10.3%였고, 가장 큰 하락 하루는 -5.59%였습니다. 가장 크게 움직인 날이 위쪽이었습니다. 샤프 지수는 이 +10.3%를 변동성으로 잡아 분모를 키우고, 그만큼 전략의 점수를 낮춥니다. 트레이더 입장에서 가장 기뻤던 하루가 지표에서는 도리어 점수를 깎는 요인이 됩니다.
같은 기간을 소르티노 지수로 다시 계산하면 그림이 달라집니다. 2024년 4분기 BTC의 일간 표준편차는 약 2.53%였지만, 하방만 본 하방 편차(Downside Deviation)는 약 1.31%였습니다. 분모가 절반 수준으로 줄면서 소르티노가 샤프의 약 1.93배로 나왔습니다. 같은 수익률, 같은 데이터인데 상방 급등을 위험 계산에서 빼는 순간 전략의 평가가 두 배 가까이 달라집니다. 이 격차가 클수록 그 전략은 상방 변동이 큰 전략입니다.

소르티노는 하방 편차만 분모에 넣습니다
소르티노 지수는 분자를 그대로 두고 분모만 바꿉니다. 목표 수익률(보통 0)보다 낮은 날의 수익률만 골라 제곱해서 더하고, 위로 올라간 날은 분모 계산에서 0으로 처리합니다. 이것이 하방 편차입니다. 위로 튀는 변동은 위험으로 세지 않으므로, 트레이더가 실제로 견뎌야 하는 손실 변동만 분모에 반영됩니다. 같은 전략이라도 상방 변동이 클수록 샤프와 소르티노의 격차가 벌어집니다.
2023년 1분기 BTC가 그 격차를 잘 보여줍니다. 이 구간의 일간 표준편차는 약 2.96%였는데, 하방 편차는 약 1.44%로 절반 아래였습니다. 90거래일 중 상승한 날과 하락한 날의 수가 비슷했지만, 가장 큰 상승이 +9.62%로 가장 큰 하락 -6.19%보다 컸습니다. 큰 폭의 변동이 위쪽에 몰린 구간입니다. 그 결과 연율화 샤프는 약 4.1이었던 반면 연율화 소르티노는 약 8.5로, 소르티노가 샤프의 두 배를 넘었습니다.
이 격차를 읽는 법이 실전에서 중요합니다. 소르티노가 샤프보다 크게 높으면 그 전략의 변동성은 주로 위쪽에서 나온다는 뜻입니다. 추세 추종 전략이 흔히 이런 모습을 보입니다. 손실은 작게 자주 끊고 이익은 크게 한 번에 가져오는 구조라, 큰 상방 변동이 샤프를 끌어내립니다. 이런 전략을 샤프만 보고 버리면 실전에서 가장 다루기 편한 전략을 놓칩니다. 소르티노가 그 전략의 실제 모습을 더 잘 보여줍니다.
크립토에 주식 연율화를 그대로 쓰면 안 됩니다
샤프와 소르티노는 보통 연율화해서 비교합니다. 일간 지표에 거래일 수의 제곱근을 곱하는 방식인데, 여기서 자산군마다 거래일 수가 다릅니다. 주식은 한 해 약 252거래일이라 표준편차에 √252, 약 15.9를 곱합니다. 크립토는 주말과 공휴일 없이 24시간 365일 거래되므로 √365, 약 19.1을 곱해야 합니다. 두 계수의 비율이 약 1.20이므로, 크립토에 주식 계수를 그대로 쓰면 변동성을 실제보다 약 17% 낮게 잡습니다.
이 차이가 비교를 왜곡합니다. 2023년 1분기 BTC의 일간 표준편차 2.96%를 √365로 연율화하면 약 56.6%이지만, 실수로 √252를 쓰면 약 47.0%로 나옵니다. 변동성을 9.6%포인트나 낮게 잡은 셈이고, 분모가 작아진 만큼 샤프 지수는 부풀려집니다. 주식용 백테스트 도구를 크립토 데이터에 그대로 돌리면 샤프가 실제보다 좋아 보이는 함정이 여기서 생깁니다.
연율화 계수만 맞추면 되는 단순한 문제로 보이지만, 서로 다른 자산군을 함께 비교할 때 특히 위험합니다. 주식 전략과 크립토 전략의 샤프를 나란히 놓고 고를 때 한쪽만 252, 다른 쪽만 365를 쓰면 비교 자체가 어긋납니다. 백테스트 결과의 연율화 계수가 어느 자산군 기준인지 확인하지 않으면, 좋아 보이는 샤프가 계산 방식이 만든 착시일 수 있습니다.
팻테일에서 샤프는 위험을 과소평가합니다
샤프와 소르티노 모두 변동성을 표준편차로 잰다는 공통 전제가 있습니다. 표준편차는 수익률이 정규분포에 가까울 때 위험을 잘 요약합니다. 그런데 크립토 수익률은 정규분포보다 꼬리가 두꺼운 팻테일(Fat Tail) 분포입니다. 평소에는 조용하다가 가끔 표준편차로는 거의 일어날 수 없어야 할 폭의 급락이 실제로 일어납니다. 표준편차는 이 드문 대형 손실의 위험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합니다.
샤프 지수는 평온한 구간이 길수록 높게 나옵니다. 변동성이 낮은 횡보 구간이 이어지면 분모가 작아져 샤프가 올라가는데, 바로 그 평온함이 다음 대형 급락의 위험을 가리고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2022년 LUNA가 무너지기 직전 몇 달이나 여러 알트코인이 연쇄 청산에 휩쓸리기 전 구간이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일간 변동성이 낮게 유지되던 자산이 며칠 만에 수십 퍼센트씩 빠졌고, 그 손실은 직전까지의 샤프로는 전혀 예상할 수 없던 폭이었습니다.
소르티노는 하방만 보므로 이 위험을 샤프보다 조금 더 반영하지만, 표준편차 계열이라는 한계는 그대로 안고 있습니다. 두 지표 모두 한 번의 대형 손실보다 잦은 작은 변동에 더 민감합니다. 그래서 팻테일이 큰 자산에서는 샤프와 소르티노를 최대 낙폭(MDD)과 같이 봐야 합니다. 자산곡선의 가장 깊은 골이 얼마였는지를 함께 확인하지 않으면, 높은 샤프가 그저 운 좋게 대형 급락을 피한 구간에서 나온 값일 수 있습니다.

표본이 짧으면 두 지표 모두 신뢰할 수 없습니다
샤프와 소르티노는 평균과 표준편차로 계산되므로, 표본이 적으면 두 값 모두 크게 흔들립니다. 30거래일짜리 백테스트에서 나온 샤프 3.0보다 2년치 데이터에서 나온 샤프 1.5가 훨씬 믿을 만합니다. 짧은 구간은 우연히 변동성이 낮았거나 추세가 한 방향이었을 가능성이 높고, 그 우연이 분모를 작게 만들어 샤프를 부풀립니다. 표본이 짧을 때의 높은 샤프는 거의 신뢰하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소르티노는 이 문제가 더 심합니다. 분모를 하락한 날의 수익률만으로 계산하므로, 짧은 구간에서 하락한 날이 몇 개 안 되면 하방 편차 자체가 불안정해집니다. 마침 하락일이 적게 잡힌 구간에서는 소르티노가 비현실적으로 높게 나옵니다. 강한 상승 추세가 이어진 짧은 구간일수록 이 왜곡이 큽니다. 하락일이 드물어 분모가 작아지고, 실전에서는 다시 나오기 어려운 소르티노 수치가 됩니다.
검증할 때 점검할 항목을 정리합니다.
- [ ] 표본 크기: 백테스트 구간이 최소 1년 이상, 일간 데이터 기준 250봉 이상입니까. 그 미만이면 샤프·소르티노 값을 참고 수준으로만 봅니다.
- [ ] 연율화 계수: 크립토는 √365, 주식은 √252를 적용했습니까. 자산군을 섞어 비교할 때 양쪽 계수가 일치하는지 확인합니다.
- [ ] 하락일 수: 소르티노의 분모를 만든 하락일이 충분히 많습니까. 하락일이 20개 미만이면 소르티노를 단독 근거로 쓰지 않습니다.
- [ ] 최대 낙폭 동반 확인: 같은 구간의 MDD를 같이 확인했습니까. 높은 샤프와 깊은 MDD가 함께 나오면 팻테일 위험을 의심합니다.
두 지표는 격차로 함께 읽습니다
샤프와 소르티노는 두 값을 함께 놓고 보는 지표입니다. 두 값을 함께 놓고 그 격차를 볼 때 가장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소르티노가 샤프보다 크게 높으면 변동성이 주로 위쪽에서 나오는 전략입니다. 추세 추종처럼 큰 이익을 한 번에 가져오는 구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두 값이 비슷하면 상방과 하방 변동이 대칭에 가깝다는 뜻으로, 변동성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전략입니다.

반대로 소르티노가 샤프보다 약간만 높거나 거의 같은데 절대 수치는 낮다면, 손실 변동이 이익 변동만큼 자주 크게 난다는 신호입니다. 이런 전략은 같은 평균 수익이라도 실전에서 자산곡선의 골이 깊어 견디기 어렵습니다. 앞서 본 BTC 2024년 4분기처럼 소르티노가 샤프의 두 배 가까이 벌어진 구간은 상방이 큰 시장이었고, 격차가 좁은 구간은 변동성이 양방향으로 고르게 났던 시장입니다. 같은 자산이라도 시기에 따라 이 격차가 달라집니다.
실전에서 전략을 고를 때는 수익률부터 보고 싶은 마음을 잠시 미뤄두고, 한 단위 변동성당 얼마를 벌었는지를 먼저 봅니다. 그다음 샤프와 소르티노의 격차로 그 변동성이 어느 방향에서 왔는지를 읽고, 마지막으로 최대 낙폭과 표본 크기로 그 수치가 우연인지 다시 나올 수 있는 값인지를 확인합니다. 이 세 단계를 거치면 수익률 한 줄로 비교할 때 놓쳤던 전략의 실제 모습이 보입니다.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낸 전략이 비중을 키우기에 가장 좋은 전략인 경우는 생각보다 드뭅니다.